초록우물가편지 9호
2015년11월30일 23시54분
가치있는 삶이란?
런던의 켄터베리 교회에 니콜라이라는 집사가 있었습니다.
열 일곱살에 교회를 관리하는 사찰집사가 되어
청소와 심부름 등 교회의 자질구레한 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교회를 자기 몸처럼 사랑한 그는 자신이 맡은 직분에 충실하고자 애썼습니다.
그가 하는 일 중에는 시간에 맞춰 교회 종탑의 종을 치는 일도 있었는데
그가 얼마나 제 시간에 맞게 쳤는지 나중에는 런던 시민들 모두가
그의 종소리에 자신들의 집시계 시각을 맞추었다고 합니다.
그가 교회에서 그렇게 열심히 일하며 키운 두 아들은
캠브리지와 옥스포드 대학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어느날 두 아들이 아버지 니콜라이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이제 일 그만 두세요.”
그러나 니콜라이는
“아니야, 나는 끝까지 이 일을 할 거야.”
라고 했답니다.
그는 76살까지 교회를 돌보고 봉사했으며
또 종을 치는 일도 계속했습니다.
마침내 그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고
가족들이 그의 임종을 보려고 함께 모였습니다.
그런데 교회 종을 칠 시간이 되자 그가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더니
비틀거리며 교회 종탑에 올라가더랍니다.
마지막으로 안간힘을 쓰며 종을 치던 니콜라이 집사는
결국 종탑 아래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감동을 받은 엘리자베스 여왕은
그에게 영국 황실의 묘지를 내주고
그의 가족들도 귀족으로 대우해 주었습니다.
또한 런던 시민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여 그날 하루 일을 하지 않았고
상가와 유흥주점조차 문을 열지 않았답니다.
그렇게 되자 자연스럽게 그날이 런던의 공휴일이 되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 세인들의 존경을 받는 성직자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황실의 묘지에 묻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평생토록, 하찮게 보일 수 있는 예배당 종지기로
헌신한 니콜라이 집사는 황실의 묘지에 묻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세상을 떠난 날이 공휴일이 되는 영예까지 얻게 된 것입니다.